새로운 항구, 새로운 출발
지난번에도 이 근처를 가려고 했었다. 그날은 어느때보다 마음이 많이 외로왔고 인생이 부질없다고 느껴졌고 그와 함께 엄습해오는 극도의 공포감이 나의 온몸을 감싸고돌때,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면서 끝없는 태평양 끝자락에 큰 소리로 고함 한번 질러보면 답답하게 막혀있는 가슴 한구석이 조금이나마 뚫릴 것 만 같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것 같다.
그날은 I-280을 5분도 채 달리지 못해서 다시 돌아 왔었어야 했지만, 오늘은 끝까지 가보려고 한다. 아니 잘 다녀왔다 - Pillar Point Harbor. Half Moon Bay 에서 10~15분 남짓 북쪽 샌프란시스코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아주 자그마한 Harbor 가 나오는데 주변에 옹기종기 Seafood Restaurant 들도 여럿이고 또 싱싱한 굴, 조개, 킹크랩등을 그자리에서 스팀해서 파는 아주 작은 상점도 하나 있고, 도착해서 첫 발을 내딛었을때 바로 '아, 이곳 맞아. 오늘 여기서 내 무거운 마음 조금 날려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라는 독백이 나왔었다. 마운틴뷰 우리집에서는 대충 5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오늘은 특히나 길이 하나도 막히지 않아서 더 빨리 온거 같은 느낌도 들었고.
아직은 서로의 감정이 완전히 추스려 지지 않은 상황에서 킹크랩 샌드위치와 클램 차우더, 샐러드를 조심스럽게 식사를 하고, 볕 좋은 곳에서 여유 좀 부려보니 얼었던 마음도 슬슬 녹고 다시 살짝 기운도 나는 것 같고 그렇더라. 투박하게 준비된 음식 이지만 신선한 재료가 일을 다해서 점심 맛은 꽤 좋았다. 킹크랩이 여기저기 부쩍 많이 들어가있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우리는 차를 몰아 5분 더 위로 향했고, 서퍼들의 활기로 가득한 작은 해변을 만났다. 끝없이 펼쳐진 캘리포니아의 해안선을 바라보며, 해변 끝자락의 아담한 하이킹 코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울창한 숲은 없었지만, 오히려 좋았다. 오늘만큼은 이 강렬한 태양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었으니까!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산책이었지만, 그 순간들은 나에겐 특별한 치유의 시간이 된것 같다. 아이와 아내의 손을 잡고, 때로는 웃음을 나누며 오르는 동안,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과 함께 나의 무거운 생각들도 조금씩 날아가 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서로의 숨소리가 가빠질 때쯤, 내 마음속 응어리진 감정들은 어느새 바닷바람에 실려 멀리 떠나가 있었고, 이제 바닷가 로컬 Tavern 에 들어가 시원한 캘리포니아 IPA 한잔 기울이고 집으로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기뻤다.
(Google Map) Pillar Point Harbor
Pillar Point Harbor · 1 Johnson Pier, Half Moon Bay, CA 94019 미국
★★★★★ ·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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