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오랫만에 티스토리 블로그를 열어보았는데, 제일 마지막글이 22년 3월초. 그러니까, 그때는 새로운 도전, 새로운 기회에 대한 희망, 좀 더 럭셔리(?)한 삶에 대한 실현 과정, 내지는 좀 더 나은 역사를 위한 첫 발걸음을 준비하던 시기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한국 나이로 50줄을 넘나들면서 이러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또는 만나게 되었다는 행운, 혹은 이런 행운을 만들기 위한 억척스러운 노력의 결과로써 이제 곧 미국 출국을 앞두고 있었던 시기였다. 나로써는 제2 아니 제3의 인생의 시작점 바로 앞, 그런 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많은 이들이 어떤 일을 진행함에 있어 "burn the bridge" 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만류하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미국에서의 R&R에 거의 올인하다 시피했고, 한국의 모든 개인적인 소유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었다 -- 집, 자동차, 그리고 보험 등. 지금와서야 얘기인데, 그때 한국에서 하던 나스닥 주식 정리를 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던가 싶다.
아무튼, 그렇게 한국에서의 모든 흔적을 지우고 미국에서 완벽한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고 떠난지 이제 어언 3년이 되었다. 그래, 그 동안 참 많은 일들을 했었던 것 같다. 회사를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회사를 위해서는 없었던 조직을 만들고 키우고 사업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리딩을 했던 점이 특히 기억에 남고, 또한 최고의 삶을 경험하게 해주기 위해 온갖 정신적인 경제적인 기여를 하기 위해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던 것 같다.
너무 늦은나이에, 소위 burn the bridge를 하고 뛰쳐 나온 상황이라, "사소한 실수 하나라도 하면 죽는다"는 강박으로 때로는 내 스스로에게 또는 가족 구성원에게 굉장히 예민하거나 또는 엄격한 기준을 들이 댔던 것 같다. 그도 그런것이, 젊었을 때와 달리 시행착오를 감당할 여유가 없었기에, 모든 선택과 결정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고, 그것이 지금까지는 나름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제 한국을 떠나 3년의 시간을 맞이한 이때에, 아주 잠시 멈춰서서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됬고, 지금 나는 어디에 있으며, 앞으로는 어느곳으로 달려나가야 할지를 정해야 하는 또 한번의 엄숙한 (달리 생각하면 매우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이제 40대 후반도 아니고 50대 중반을 달려나가는 이 즈음에, 슬슬 갱년기도 오는 것 같고 (불쑥불쑥 우울하다가 난데없이 즐겁다), 내 자신에 대한 초라한 반성이라고 할까 (과연 나는 내 인생에서 몇명의 친구가 있는 것인지?), 때로는 가족들 때문에 너무 행복하다가 또 한편으로는 가족들만 아니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한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동료들의 산티아고 순례길도 이제는 깊이 공감되고, 나 역시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은 꿈이 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Lupulo>
이제 곧, 한국에 있는 원소속 조직으로 복귀를 앞두고 있기도 하고, 그 동안 원소속 조직장도 바뀌고 그 구성원들도 다들 새로운 보직과 역할들을 찾아 정리가 된 이 마당에, 50대 불혹도 아닌 지천명의 낭자가 어느 땅떵어리에서 어떤 일을 해서 나의 자아 실현도 지속 시키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루어야 할지,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중압감과 스트레스에 잠 설치는 날이 부지기수다.
Chopin Nocturne in B flat minor, Op. 9, no 1 을 감상하면서......
https://music.youtube.com/watch?v=t-JD2bnNQvY&si=0WlmLDup3WuC-kGC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글 IO 2018 (0) | 2018.06.02 |
---|---|
글렌리벳 (0) | 2018.02.05 |
X-mas Drink (0) | 2017.12.24 |
저물어가는 해 (0) | 2017.12.03 |
추석 (0) | 2017.10.09 |
- Total
- Today
- Yesterday